['기생충' 특집인터뷰 ⑤] 조여정, 보이는 그대로
['기생충' 특집인터뷰 ⑤] 조여정, 보이는 그대로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6.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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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연교 역을 맡은 배우 조여정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 역을 맡은 배우 조여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네 부잣집 사모님 연교는 ‘심플’하다. 말하자면 단순하고 악의도 없고 순진하다. 자신은 철저하고 똘똘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둔한 면이 있다. 조여정은 그런 연교를 능청스럽게 풀어나가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웃음을 만들어낸다.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이 실은 ‘무계획’이었던 것처럼 현실의 조여정도 그렇다고 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작은 것들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큰 청사진을 그리는 대신 하루하루의 일기를 ‘최선’으로 채워나가는 조여정을 만났다.

10. 칸에서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갈 땐 ‘여기서 내 영화가 나오다니…’ 그러면서 탄성을 뱉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기우의 마음을 따라가게 돼서 슬펐다. 두 번째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볼 때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재밌게 봤다. 보다가 ‘어머, 여기가 뤼미에르 극장이었지’ 그랬다.

10. 봉준호 감독이 영화 ‘인간중독’에서의 연기를 보고 폭넓은 연기 층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출연 제의를 받고 봉 감독과 미팅을 했을 텐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어떻게 날 생각하신 거냐고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인간중독’을 아주 재밌게 봤다고 하시면서 내 흉내를 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웃음) 그래서 “맞다. 내가 재밌는 사람이다”라고 그랬다.

10. 연교가 쓸 말투의 리듬감까지 단번에 캐치해내는 센스가 있다고 하더라.

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감독님 안에 연교가 다 있어서 신기하다고 했다. 사실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긴 한데, 봉 감독님은 목소리도 우렁차고 덩치도 크니까 그 안에 연교가 있다는 게 더 재밌는 거다. 연교라는 인물이 나도 살면서 봤음직한 여자들과 이미지가 겹쳐서 머리로는 어떤 캐릭터인지 빨리 알아차렸다. 그런데 감독님에게 받은 (연교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만큼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10. 봉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유쾌했다. 감독님은 마주하면 인간적이고 푸근하다. (봉테일이라는 별명 때문에) 예민하고 까칠할 거 같은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작업하는 현장이었다.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순발력으로 표현된 장면까지 영화에 최대한 담아내는 게 감독님이 갖고 있는 힘이다.

10. 연교라는 인물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내가 딱 보면 알지’ 같은 대사처럼 연교는 자기가 똑 부러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인 인물이다. 딸 다혜가 과외 받는 장면에서 연교가 참관할 때 기우가 “실전은 기세”라고 말하는데, 사실 기세로는 연교가 눌렸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기우를 과외 선생님으로 들이기로 하고) 바로 돈을 세지 않나.(웃음) 그런 연교라서 연기할 때 오히려 특별히 포인트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연교에 대해 ‘심플’하다고 했다. 살면서 연교 같은 인물도 본 것 같다. 어느 한 세계에서만 있으면 다른 건 모르고 못 보는 사람도 있지 싶었다. 무엇보다 여성 관객들이 더 사랑스러워 해주는 캐릭터인 것 같아서 좋다.

10. 부자인 연교네가 사는 집은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설정이다. 으리으리하면서도 세련되고 우아하다. 그런 집에 사는 연교의 기분은 어떨까?

글쎄…. 연교를 연기하며 사람이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느꼈다. 소유하지 못하고 원하던 사람이 (부자가 됐을 때) 좋은 거지, 원래부터 그랬던 연교는 그게 좋은 건지 모를 것 같다. ‘심플’하지만 나름대로 애들 학업 문제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드레스 같은 잠옷을 입고도 소파에 누워서 낮잠을 잔다. 그게 얼마짜리든 소파는 낮잠 자고 앉아 있는 용도인 거다. 똑같이 ‘짜파구리’도 먹는다. 아무도 안 볼 땐 앉아서 다리를 떨기도 하지 않나.

10. 남편 박 사장 역의 이선균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이래서 좋은 여배우들과 작품을 같이 많이 했나보다 하고 느낄 만큼 처음부터 자연스럽고 편했다. 첫 촬영부터 박 사장으로 보였다. (연교가 박 사장을) 어려워하는 느낌, 연교도 나름대로 집안일을 잘 신경 쓰고 있다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게 이선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됐다.

10. 연교가 말을 하면서 중간 중간 영어를 섞는 건 어떤 의미로 보면 될까?

귀여운 지적 허영심이다. 승승장구하는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발맞추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 막상 박 사장 앞에서는 영어를 잘 못 쓴다.(웃음)

10.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다루는 이야기의 어떤 점이 공감됐나?

다른 작품과 달리 두 가족을 통해 인물의 이면이 다뤄지는 게 새로워서 좋았다. 사람들에게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한쪽 면만 비춰질 때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다. (연교는) 부자인데 착하고 고의가 없이 열심히 살뿐이다.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 걸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짓지 않는 감독님의 시선이 놀라웠다.

10. 영화에서 ‘냄새’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의 냄새를 두고 말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냄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냄새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암묵적인 예의라고 볼 수 있다. 연교나 박 사장은 형식적인 예의, 몸에 베인 예의는 충분히 있다. 일하는 분들에게도 예의를 갖춘다. 분명 가식은 아니지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예의는 갖추는 박 사장이지만 자기보다 나이 많은 운전기사가 운전할 때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 발을 올리는 장면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장면을 할 때 영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 좋았다. 인간에 대한 진짜 예의에 대한 감독님의 시선이 녹아있는 것 같다.

10. 최근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영화로는 ‘기생충’을 통해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 소회가 어떤가?

영화나 드라마를 굳이 구분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뭐가 됐든 작품을 한다는 건 연기를 계속 하는 거니까. 영화 ‘워킹걸’ 이후 1년에 한 번 꼴로 드라마도 계속 했다. 그 해에 내게 주어진 작품을 한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마음은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해오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을 하는 게 또 좋은 것이고, 훌륭한 팀을 만난다는 게 좋은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건 다행이고 기쁜 일이지만, 다른 작품은 또 새로운 작품이니까 연기에 자신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언제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10.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내가 기택과 비슷한 게 무계획이란 거다.(웃음) 20대엔 나도 ‘한 계획’ 했는데, 지금은 무계획의 미학을 즐기고 있달까. 계획하면 그 만큼 이뤄질 때도 당연히 있지만, 사실 계획이라고 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더라. 그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이 좋지는 않았다. 그것 때문에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칠까봐 나를 바꿨다. 하루하루 해야 하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그 날에 충실하는 것.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다 보면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재미가 있다. ‘기생충’도 그런 일 중 하나다.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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