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특집인터뷰 ④] 이선균 “봉준호 감독에 기생하고 싶다”
['기생충' 특집인터뷰 ④] 이선균 “봉준호 감독에 기생하고 싶다”
  • 유청희 기자
  • 승인 2019.06.29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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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떻게 이렇게 심플한 이야기가 큰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는지….” 배우 이선균이 영화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읽고 든 첫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랜 팬인 그는 출연 제안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신인의 느낌으로 작품을 했다”는 이선균은 인터뷰 내내 ‘봉준호 찬양론’을 쏟아냈다.

10. ‘기생충’이 흥행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내 일 같지가 않다.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배우들끼리 너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얘기하고 있다. 흥행의 단위가 바뀐 느낌이다. 영화가 훌륭한 건 알았지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는 긴장감이 있었다. 칸에 다녀온 게 경사처럼 번진 것 같다.

10. 제작보고회 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믿기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전화를 받았을 때가 칸에 갔을 때보다 더 좋았다. (웃음) 칸에 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작품이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봉 감독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했으니 (출연은)얼마나 좋겠나.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면 아마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배우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한다. 너무나 동경하던 감독과 팀으로 함께 하고 그 안에 나온다는 것의 의미가 크다.

10. 연기 경력이 긴데도 봉준호 감독과는 인연이 없었다. 첫 호흡이 어땠나?

솔직히 말해 감독님이 너무나 완벽히 준비해 주셨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가 끌고 가는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담이 없는 것도 좋았고 마음도 가벼웠다. 사실 처음에는 감독님의 이름이 갖는 무게 때문에 많이 긴장했다. 나한테 너무 큰 분이셨으니까. 그런데 좀 지나니까 정말 ‘동네에서 영화 제일 잘 찍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 모든 것이 너무 좋았다.

10.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박 사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나?

시놉시스도 받기 전에 출연을 결정하고, 그 다음에 박 사장을 만났다. 그런데 그가 사건 중심에 있는 인물이 아니더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달라질 것 같았다. 인물의 이중적인 성격도 잘 드러내야 할 것 같았는데, 콘티에 모든 게 들어있었다. 차 뒷자리에 앉아 컵에 커피를 가득 채워 놓고 앉아있는 모습까지 모든 장치들이 잘 짜여 있었다. 봉 감독님이 연기도 되게 디테일하게 잘 알려주셔서 그냥 캐릭터의 리듬에 맞춰가려 했다.

10. 박 사장은 계급 상층부에 있지만 기존의 부자 묘사와는 다르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그런 이중성이 박 사장을 연기하는 재미였다. 연교(조여정 분)와 처음 만나서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훨씬 더 딱딱했다. 그런데 슛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결혼을 일찍 한 부부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그렇게 됐다. 그 다음부터 좀 더 편하게 된 것 같다. 원래는 정말 잘 하려고 했는데, 첫 날 디렉팅을 받고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유연하게 하려고 마음을 먹게 됐다.

10. 송강호와 친분은 있지만 영화에서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선배가 아니라 현장에서 보는 ‘배우 송강호’는 어땠나?

배우들 모두 어느 현장이냐에 따라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이겠지만, 이번 현장에서 강호 선배님은 ‘가장’ 같았다.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나오고 연기하는 거 보시고, 끝나도 같은 호텔에 있으니까 강요하지 않아도 식사 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가족들이 밥 먹는 것처럼 모여서 밥을 먹었다. 그런 판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연극을 하는 공연팀처럼 팀워크가 쌓인 현장이 아닐까 한다.

10.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힘이 더 들어갈 수도 있는데 오히려 편안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꿈꿔왔던 작품이고, 그래서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고 얼마간은 너무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하하.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그런데 영화 자체가 한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니까, 욕심보다 가끔씩 노출되는 내 연기가 극 사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조절해 나갔고, 감독님을 100% 믿었다. 그런데 사실 감독님이 알아서 잘 조절해준 것 같다. 내가 뭘 더 하면 촬영 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도 더 그랬다.

10. ‘끝까지 간다’로 칸에 초청됐지만 가지 못했다. 이번에 칸에서 자신의 연기를 본 감회는?

연기는 기술 시사회에서 먼저 봤고, 칸에서는 두 번째로 본 거였다. 내 연기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영화가 너무 좋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그 상황에서 오는 코미디가 더 돋보였는데, 두 번째로 볼 때는 기우 역의 (최)우식이한테 많이 이입됐다. 되게 먹먹했다. 나는 되게 먹먹해서 울컥한데 칸의 반응은 너무 열광적이고…. 그것조차 희비극이었다.

10. 생각해보니 최근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영화 ‘악질경찰'에서는 늘 궁지에 몰리고 초조했는데 박 사장은 달랐다.

그러게 말이다. 처음에는 이질감이 있던 것도 같다. ‘나의 아저씨’ 끝나고 바로 투입된 거라서 박 부장이 박 사장이 된 느낌이었다. 6개월 동안 ‘나의 아저씨’로 있다가 와서 이질감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었다. 연기할 때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을 보니 그런 건 없어서 만족스러울 뿐이다.

10.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몇 없던 부자의 얼굴인데, 이선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평이 많다.

그런 평을 들으면…이번에는 정말 그거면 됐다 싶다. (웃음) 출연한 것만으로 영광이니까.

10. 봉 감독에게서 다음 작품에 대한 언질은 없었나?

앞서 말했지만, 이번 작품만으로도 영광이다. 정말 생각지 못한 큰 기회였다. 봉 감독님이 자신의 다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인터뷰를 나도 읽었다. 마음 같아선 당연히 또 하고 싶다.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 봉 감독님을 영원히 숙주로 모시고 싶다. 하하하.

10. '기생충'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 대한 메타포가 나온다. 그래도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면?

글쎄, 난 계획은 있더라도 목표는 없는 것 같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결과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잘 쌓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 어떤 큰 목표를 잡고 가면 너무 힘들어진다. 다만 날 선택한 분들이 후회는 하지 않도록,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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