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혁 "야구선수에서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행운이죠"
민우혁 "야구선수에서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행운이죠"
  • 김하진 기자
  • 승인 2018.02.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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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민우혁
배우 민우혁/사진=조준원 기자

"인생이 확 바뀌었어요. 저를 보러 공연장을 찾는 분들이 생겼고, 시장에 가면 반응이 다르죠. 하하."

지난 115일 개막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민우혁의 말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야구선수였던 그는 부상으로 인해 꿈을 접었다. 4인조 그룹으로 데뷔한 2007, 가수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10년의 무명시절을 거치며 매니저의 폭행도 견뎠다. 연기로 눈을 돌린 민우혁은 2013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으로 새로운 삶을 열었다. 열정과 노력으로 다양한 작품의 배역을 따냈고, 김문정 음악감독의 눈에 띄어 출연한 2015'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위키드' '아이다' '벤허'까지 굵직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10. '안나 카레니나'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민우혁 : 지난해 '벤허'를 마칠 때쯤 '안나 카레니나'의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영화와 실제 러시아 공연 영상을 봤는데, 오프닝 음악을 듣자마자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강렬했다. 넘버(뮤지컬 삽입곡)와 화려한 무대 디자인에 마음이 움직였다.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대작이 탄생하겠다는 생각에 오디션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오디션을 위해 레슨까지 받았을 정도다.(웃음)

10. 극 중 브론스키란 역할에도 매력을 느꼈나?

민우혁 : 앞서 출연한 '아이다'의 라다메스, '위키드'의 피에로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린 전작의 인물들과 브론스키는 다르다. 안나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인생, 또 다른 삶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그는 안나의 사랑만 원했던 게 아니라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부와 명예를 지키면서 사회에 섞여 살려고 했다. 반면 안나는 브론스키의 사랑만을 원한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행복을 찾기 때문에 충족되지 않는 거다.

10.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특히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민우혁 : 발성이다. 힘으로 내지르는 것보다 여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따뜻한 소리'라고 해야 할까? 하하. 목소리에 공기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안나 카레니나'의 넘버는 박자가 무척 어렵다. 단순히 좋은 음악이 아니라 상황의 분위기가 녹아 있어서 감정이 변할 때마다 박자가 바뀌는 식이다. 최대한 악보대로 하려고 했다.

10. 남자들의 이야기인 전작 '벤허'와 전혀 다른 캐릭터여서 더 욕심이 난 것 같다.

민우혁 :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하다.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실제 연습을 하다 보니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이 남자의 사랑은 뭘까?' 궁금했다.

10.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

민우혁 : 지금까지는 사랑이 넘치는 역할을 맡았을 때 '내 사랑을 받아줘'라며 갈구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엔 '어떻게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란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저런 남자라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겠다'고 말이다. 워낙 의상이 멋있어서 서 있기만 해도 멋이 난다. 하하. 그래서 요즘은 자세도 꼿꼿하게 펴고 다닌다.

10. 실제 기혼자여서 더 공감한 부분도 있나?

민우혁 : 브론스키에게 특히 공감한다.(웃음) 처음엔 나도 그를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하. 나도 일을 하니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내를 방치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 가족을 위해 일을 하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가고, 그러면서 가족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거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아내가 '외롭다'고 말하는 걸 이해하게 됐다.

10. 안나 역의 정선아, 옥주현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민우혁 : 정선아는 '위키드'에도 같이 출연했다. '꼭 한 번 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호흡도 잘 맞고 덕분에 성장했다.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뤘다. 옥주현은 워낙 뮤지컬계 최고의 배우인 데다 내가 팬이어서 한 작품에 출연하는 상상을 했다. '언제 옥주현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래서 부담도 컸다. 나 역시 최고의 상대 배우가 돼야 하니까. 노력하고 있다.

10. 안무의 볼거리도 많다고 들었다.

민우혁 : 러시아 배우들에겐 발레가 필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세부터 다르다. 극 중 왈츠 안무가 나오는데, 그것까지 배웠다. 그만큼 배우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0. 하루 종일 연습하는데도 얼굴이 즐거워 보이는 이유는?

민우혁 : 즐거운 작업이어서다. 배우로서 이런 걸 언제 배워보겠나? 이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변신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일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랫동안 재연될 것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연 배우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안고 잘 만들어놓고 싶다.

배우 민우혁/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민우혁/ 사진=조준원 기자

10. 뮤지컬뿐만 아니라 KBS2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2'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바쁘게 보냈다. 일상의 변화가 있나?

민우혁 : 많은 게 달라졌다. 나에게 2016년과 2017년은 완전히 다르다. 좋은 작품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로 성실하게 활동했지만 '불후의 명곡'을 통해 민우혁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알리면서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나를 보러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생겼다. 1년 사이에 확 바뀌어서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론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란 걱정도 있다. 지금의 행보를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다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10. '살림하는 남자2'로는 아주머니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민우혁 : 사실 가족 이야기를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서 출연 전에 걱정했다. 솔직하게 일상을 보여드렸는데, 어머니 팬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웃음) 10, 20대들이 많은 쇼핑몰에 가면 나를 못 알아보지만 40, 50대가 많은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면 반응이 다르다. 하하. 지방 공연을 하러 가면 마치 선거에 출마한 사람처럼 나를 기다리신 어머니들과 악수하면서 들어간다.(웃음)

10.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은 건 여유가 생겨서일까?

민우혁 : 사실 그런 이야기도 잘 하지 않는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많더라. 내가 운동선수를 하다가 뮤지컬 배우가 됐고, 앙상블부터 시작해 조연, 주연까지 올라와서 그런지 비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묻는 친구들 중 대부분이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용기를 내서 그들에게 '나도 이렇게 힘든 일이 있었다.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하는 거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희생을 감수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것들을 방송을 통해 조금 더 알려주고 싶어서 얘기했다.

10. 연기를 하는 태도도 달라졌나?

민우혁 : 누군가 나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사명감이 생겼다. 공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이 내게 '요즘 힘든 일이 있었는데 덕분에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나를 통해 누군가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 희망을 얻고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책임이 커졌다. 매번 같은 공연을 하다 보면 간혹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는데, '레미제라블'을 할 때 정성화, 양준모 선배가 항상 공연 시작 전 '오늘 공연이 누군가에겐 처음'이란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공연을 하자고 했다. 나도 그런 사명감을 지닌 배우가 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말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10. 자신에게 뮤지컬은 무엇인가?

민우혁 : 뮤지컬이란 장르는 5년 전에 알았다. 뮤지컬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노래하는 게 좋았는데, 힘든 시절을 겪으며 그마저도 싫어졌다. 그런데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노래를 하며 보냈더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거다. 그러다 연기를 선택했고, 노래와 연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을 알았다. 연기를 하면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관객들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들이 집중하고 있는 순간이 피부로 느껴지는데그때 나도 몰랐던 것들이 튀어나온다. 시도하지 않은 소리가 나오고,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공연을 하는 건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지만,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민우혁 : 지금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데, 그건 연기를 잘하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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