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송새벽, 나른함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함
'진범' 송새벽, 나른함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함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7.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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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범'의 주연배우 송새벽 /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진범'의 주연배우 송새벽 /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남자의 아내는 집에서 처참히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그의 절친한 친구다.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 분)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 분)이 함께 사건의 진실을 찾는 영화 ‘진범’이다. 공판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영훈, 다연, 그리고 유일한 목격자인 상민(장혁진 분)이 혈투에 가까운 진실게임을 벌인다. 송새벽은 이처럼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이번 영화에 끌렸다고 했다. 아내가 왜, 누구에게 살해당한 건지 진실을 밝히려고 몸부림치는 영훈에 몰입하느라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10. 처음 대본을 보고 어땠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 옆집에 일어나는 일을 보는 느낌이었다. 상황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었다. 한 동네에서 진짜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10. 실제로 기혼이기 때문에 아내가 살해당한 영훈의 심정에 더 공감했을 것 같다.

미혼이었다면 감독님이 나한테 대본을 주셨을까 생각했다. 결혼을 했으니 대본을 봤을 때 더 이입이 됐다. 나이대도 비슷하지 않나. 만약 내 아내가 그렇게 됐다면…. 그런 상상을 조금 하게 되니까(끔찍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 힘들겠지만 작품에 욕심이 나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10.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직접 살인현장까지 재현하는 영훈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대본에도 이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나 설명들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를 잃은 남자가 진실을 알기 위해 헤쳐 나가는 모습 자체가 좋았다. 영훈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도 영화 같은 상황이라면 영훈처럼 행동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영화의 내 캐릭터는 그 자체가 ‘딱’ 도드라져 보이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슥’ 지나가는 것처럼 녹아있다.

10. 영화에서 약간 핼쑥해 보이던데 영훈의 외적인 모습은 어떻게 준비했나?

아내의 사건 후 수척해진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촬영까지 남은 기간이 짧아서 일주일에 7kg을 뺐다. (하루에 1kg씩 감량한 격인데 비법이 뭐냐는 물음에) 식단 조절이다. (영훈에 몰입하다 보니) 음식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고 예민해졌다. 스크린 속 모습을 보니 빼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10.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도 많은데 그 정도를 조절하기에 어렵지 않았나?

후반부 촬영 땐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두통과 구토 증상이 있었다. 꾹 버티다가 마지막에 좀 힘이 딸렸나보다.(웃음) 손 따고 병원 가서 링거를 맞았다. 영화 속 시간의 경과는 짧은데 긴 호흡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촬영 전에 리허설도 여러 번 해보고 감독님과 상의하며 조절해 나갔다.

10. 촬영하기 유독 힘들었던 장면이 있나?

(아내가 살해된 집을) 청소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의 흔적들을 지우는 장면…. 찍을 때 느낌이 묘했다. 굳어버린 피를 지우는데 영훈의 마음에서는 도리어 지워지지 않고 그 때 상황들이 상상될 것 같았다. 대본에는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털썩 주저앉아서 꺽꺽 울었다.

10. 그 장면의 영훈을 표현할 때 심정은 어땠나?

평범한 사람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나라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영훈은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되는 것처럼, 추리를 하는 탐정이 되는 것처럼 달라진다. 마치 극한 상황에서 영훈의 뇌가 확 바뀌는 느낌이었다.

배우 송새벽/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송새벽/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10. 작품에 캐스팅된 과정이 궁금한데 감독님과 이전에 인연이 있었나?

처음 뵀다. 대본을 봤을 때는 여성 작가님이 쓴 줄 알았다. 대본이 너무 섬세하게 쓰여서. 그런데 풍채가 있고 장난기가 가득한 감독님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웃음)

10.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본 적 있나?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본 적은 없는데 최근 감독님과 어떤 인터뷰를 함께 하면서 처음 들었다. ‘럭비공 같은 배우’라고 하더라. 이유는 못 물어보겠고 그냥 속으로만 ‘그렇구나’ 했다.

10. 유선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열 작품을 한 것처럼 편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옆 동네 사는 누님처럼 말이다. 처음 만난 날 수다를 8시간이나 떨었다. 각자의 연애, 결혼, 육아 얘기를 하며 가까워졌다. 촬영 전엔 배우들 다 같이 MT도 가고 끝난 후에도 같은 곳으로 또 MT를 갔다. 연극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들끼리 짧은 시간 안에 빨리 가까워져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 같이 MT 한 번 가자고 제안했다.

10. 극 중 영훈이 다연을 믿다가 의심했다가 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게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영훈을 연기한 입장에서 영훈은 그들을 얼마나 믿은 것 같나?

구체적인 퍼센트로 말하긴 어렵지만 서로 의심하는 마음을 숨기고 진실을 알기 위해 공조하는 아이러니한 관계성이 재미있다. 관객들은 두 사람의 눈치 작전을 계속해서 두고 보게 된다. 음….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15%? 아니면 5%? 그 정도라고 생각하게 된다.(웃음)

10. 그렇다면 믿음보다 의심의 감정이 컸다고 본 건가?

극 중 형사가 피해자의 남편과 용의자의 아내인 두 분이 같이 계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 때 영훈이 간절한 눈빛으로 보는 다연을 외면하고 슥 나간다. 영훈의 감정이 그 정도인 것 같다. 냄새는 나는 것 같은데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타닥타닥 부딪쳐야 하고…. 그런 찰나에 목격자인 상민이 등장하고 그의 말로 인해 더 혼란스러워진다.

10. 영화 속 영훈도 그렇듯이 실제로도 살짝 어눌한 말투다. 그게 연기할 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의 말투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주변에서 그렇게들 말하는 걸 보면 진짜 어눌한가 보다.(웃음) 그래도 그게 난데 애써 다르게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오늘부터 의식할 것 같긴 하다.(웃음)

10. 평소에도 이런 스릴러 장르를 즐겨보나?

사실 공포나 스릴러 장르를 잘 못 본다.(웃음) 하지만 이번 영화는 깔끔하게 끝나서 좋았다.

10. 그렇다면 ‘진범’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한국적 색채가 담긴 독특한 스릴러 영화다. 숨바꼭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퍼즐 맞추는 것 같기도 하다. 날씨도 더운데 나는 시원하게 봤다. 보고 나면 아무 생각 안 나는 영화다.(웃음)

10. 올 하반기 계획은?

10월까지는 영화 ‘특송’을 계속 촬영할 것 같다. 그 이후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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