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감정의 끓는 점을 뚫고 올라오는 연기
조정석, 감정의 끓는 점을 뚫고 올라오는 연기
  • 박미영
  • 승인 2019.02.28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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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정석/ 사진= JS컴퍼니 제공
배우 조정석/ 사진= JS컴퍼니 제공

이글이글. 조정석의 눈빛을 떠올리면 단숨에 떠오르는 단어다. 감정의 끓는 점을 뚫고 올라오는 그의 연기는 스크린과 TV,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조정석이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꼭 처음이 아니어도, 꼭 악역이 아니어도 그가 빚어내는 캐릭터는 늘 진진하다. 첫 악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는 콤플렉스와 욕망으로 꽉 들어찬 인물의 심장을 온전히 느끼게 해줬다.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 역으로 돌아온 조정석을 만났다.

10. 작품을 선택할 때 우선순위가 되는 것을 꼽자면?

스토리텔링, 즉 시나리오가 넘버원이다. ‘뺑반’의 경우에도 제일 먼저 캐스팅 됐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주신 역할도 새로웠다. 작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10.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상대역이었던 공효진과 다시 만났다.

어떤 역할로 만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질투의 화신’을 하면서 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뭔가 서로 단련된…. 쿵짝이 잘 맞는다.

10. 그렇다면 공효진과 특히 잘 맞을 것 같은 장르는?

로맨스는 연출자가 잘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합이 중요하긴 하지만, 합이 약간의 빈틈이 보이더라도 (연출자의 능력으로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코미디는 진짜 (배우의)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코드도 잘 맞아야 하고. 효진 씨하고는 그런 것들이 잘 맞는 것 같다. 만약에 같이 한다면 그런 장르가 아닐까?

10. 블랙 코미디나 정통 코미디?

굉장히 잘 맞을 것 같다. 우리가 웃지만 않는다면. (웃음)

10. ‘뺑반’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민재 역의 류준열은 어떠했는지?

내가 맡은 재철에게는 뚜렷하게 보이는 색감이 있는데 그에 비해 민재라는 캐릭터는 활자로 봤을 때는 평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준열이가 민재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준비해왔다. 굉장히 느릿느릿하지만 활발했다. 민재의 매력이다. 너무 좋았다. 류준열은 굉장히 영민한 배우다. 분석도 너무 잘하고, 연기는 유려하고 담백하다.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 동생이다.

10. 재철이 F1 경기장에서 처참한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를 흘리듯 슬픔을 뚝뚝 흘리는 사람 같았다.

그렇다. 동정을 구하지 않는 인물이다. 자수성가 스타일로,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자기 것을 절대 놓치거나 빼앗기고 싶지 않고, 생존에 목말라 있고, 생존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 그런 친구다.

10. 말을 더듬거리는 설정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설정이다.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횡격막의 움직임이 불안정하고, 한숨을 많이 쉰다. 연기를 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의 한숨인 것도 같았다. 현장에서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했다.

10. 능숙한 연기 덕분인지 후반에는 더듬는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던데.

세세하게 말하자면, 감독님이랑 대사 한 줄을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기서 한 번을 더듬을까요? 아니면 두 번? 더 미묘하게 쪼갤까요? 어떤 때는 더듬지 않고 굉장히 플랫하게 한방에 쭉 뱉는 것이 훨씬 더 장면에 효과적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결론을 내린 장면들도 꽤 있었다.

10. 감독과의 긴밀한 호흡이 그려진다. 한준희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감독님하고의 작업이 너무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감독님의 디렉션이 참 좋았다.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 내가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 것과 ‘일반적인 나만의 방식이 이거야’ 라고 생각해서 연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접근했다.

10. 재철과 경찰청장(유연수)의 대립 신들이 임팩트가 있어서 좋았다.

재철은 대대손손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다. “어, 많이 컸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친구다. JC모터스 의장까지 가고, 한국 최초 F1 선수로 정말 목숨 걸고 탔던 과거도 있다. 그렇지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자수성가로 이뤄낸 성과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생존에 대해 굉장히 맹목적인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가능했다. 재철이가 돈줄이긴 하지만, 청장과의 관계에서 갑일 수만은 없는….

10.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의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이 확 느껴졌다.

(웃음) 알버트!

10. 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다. 혹여 애니메이션 더빙에는 뜻이 없는지?

자신 있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10. 김혜자 선생님의 ‘다시다’처럼 조정석의 ‘야나두’는 찰떡호흡 광고다. 말맛을 정말 잘 살리던데.

(웃음) 너도 할 수 있어. 이거 말인가? 광고 모델로서 할 일이다.

10. 영화에서 정재철은 스피드광이다. 현실에서 광(狂)이라고 붙일 만큼,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있다면?

우선 스피드하고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 나는 연기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만약 광적이라면 연기일 것 같다.

10. 노래, 춤, 연기 그리고 기타까지 다방면으로 빼어나다. 얼마나 노력했을지 느껴지는, 갈고 닦은 느낌의 재주들이 아닌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들 한 번쯤 한다는 태권도를 네 살 때부터 했다. 꾸준히 해서 시합에 나가서 메달도 따고 강서구 대회를 휩쓸기도 하고...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때 노래를 부르고, 중 1때 춤을 추고…. 되게 활동적이었던 아이였다. 그러다보니 체득된 것 같다. 재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작은 것들이라서.

10. 롤 모델로 꼽는 후배들이 상당하다. 그런 자신에게도 롤 모델이 있다면?

후배들에게는 고맙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나에게는 롤 모델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공연할 때부터 그랬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선배들은 있다. 저 선배의 저런 장점, 또 다른 선배의 저런 장점, 이런 것들을 내 것으로 체화하고 흡수시키고 싶은 나만의 욕심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롤 모델이 없는 것 같다.

10. 첫 악역이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역할이었다. 되게 짜릿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영화도, 역할도.

10. 이번 작품을 보니 다른 작품에서도 당신의 악역이 보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 감정의 끓는 점을 뚫고 나오는 연기를.

또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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