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김향기
스무 살, 김향기
  • 노규민 기자
  • 승인 2019.0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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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의 주연배우 김향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던 그가 영화 신과함께시리즈로 쌍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는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로 열연해 또 한 번 연기력을 증명했다. 세 살 때 CF로 데뷔해 올해 스무 살이 된 배우 김향기다.

10. ‘증인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지우를 연기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김향기: 기본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이해해야 했다. 감독님이 추천해 주신 영상을참고했다. 그들의 시선, 인터뷰,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리적 압박이 왔을 때의 행동들을 유심히 봤다. 책과 영화도 봤다. 그리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세밀한 연기는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들과 맞춰가면서 했다.

10. 현장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나?

김향기: 감독님께서 시나리오에 제한을 두지 말고 표현하고 싶은 만큼 다 하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지우가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즉석에서 나오는 대로 표현했다.

10.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제일 힘들었나?

김향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나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힘들었다기보다 마지막에 미란(엄혜란)을 목격한 상황을 증언할 때 톤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 지우의 말투로 해야 할지, 미란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지우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증인석에 선 만큼, 미란의 말투로 더 생생하게 증언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엄혜란 선배님의 장면을 동영상으로 받아서 수차례 연습했다.

10. 영화를 찍기 전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

김향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나와 사고방식이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일탈적인 행동을 할 때 다가가기 힘들겠구나 하고 단정지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이기도 했고, 미안했다.

10. 직접 만나보니 어떻던가?

김향기: 만나기 전에 접했던 영상도 그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을 우선으로 편집돼 있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완전히 달랐다. 다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와, 우리와 다른 것이 아니라 각자 다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10. 극 중 지우는 어떤 아이인가?

김향기: 지우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책임을 다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지우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우는 자신이 가진 순수한 힘을 잘 표현하는 아이다.

10. 극 중 지우처럼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있나?

김향기: 연기를 하면서도 용기를 낸 지우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0. 실제 상황이라면 지우처럼 할 수 있을까?

김향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고통일 것이다. 힘들겠지만 용기를 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이른바 '쌍천만 배우'가 된 김향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이른바 '쌍천만 배우'가 된 김향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오랫동안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시점인데 고민은 없나?

김향기: 이미지가 굳어지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지만 크게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하고 있고, 늘 배우는 점이 있다. 안 해본 작품들도 하나하나 하고 있어서 지금은 만족한다. 영화나 드라마가 기술적인 부분, 장르 등 여러 가지로 발전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10. 영화 신과함께’ 1, 2가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해 청룡영화상여우조연상도 받았다.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스럽지 않나?

김향기: 부담이 있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변화를 주려고 한다거나 더 잘 보이고 싶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스스로 빨리 지칠 것 같다. 그동안 나의 성장을 지켜봐 준 팬들이 제일 빨리 눈치 챌 것이다. 지금 연기가 좋고, 연기가 하고 싶은 이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10. 배우로 활동하면서 학교생활을 많이 못 해서 아쉽지 않나?

김향기: 다행히 학창 시절을 누릴 만큼 누렸다. 어쩌다 보니 영화를 찍을 기회가 더 많았고, 방학 때 주로 촬영했다. 1년에 한 작품 정도 하다 보니 또래 아역 친구들보단 학교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일 때문에 학교와 친구를 어렵게 생각했다면 스트레스일 수 있었는데, 자연스러웠다. 친구들도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10. 평소엔 누구와 가장 많이 대화하나?

김향기: 엄마다. 어렸을 때부터 현장을 함께 다녔는데,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해주셨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늘 말씀해주셨다. 그런 마인드셨다. 점점 내가 연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연기를 연습하고 고민하면서 엄마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피드백만 해주고 크게 관여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적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좋은 줄 몰랐다. 하지만 엄마가 그랬기 때문에 내가 연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10.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새내기가 됐다. 대학 생활이 기대되나?

김향기: 떨리기는 하는데 환상이나 로망은 없다.(웃음) 연극영화학과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을 한 언니, 오빠들이 별다를 게 없다고 했다. 굳이 환상을 갖고 있다가 그만큼 부합되지 않았을 때의 충격을 생각해서 처음부터 기대를 안 하려고 한다.

10. 촬영이 없을 땐 주로 뭘 하나?

김향기: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놀이동산에 가자고 하면 간다.(웃음) 아니면 마을버스 타고 나가서 극장 주변에서 논다. 극장 주변이 번화가다. 하하. 하지만 활동적인 걸 하면 금방 지친다.

10.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때 불편하지 않나?

김향기: 괜찮다. 자주 타는데 패딩 입고 모자를 쓰면 아무도 몰라보더라. 각자 자기 일 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10.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JTBC 새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워너원 출신 옹성우와 호흡을 맞춘다. 영화와는 또 다른 기분일 것 같은데.

김향기: 오랜만에 장편 드라마를 하는 거라 긴장된다. 특히 학교생활과 병행해야 해서 건강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웃음)

10. ‘증인이 개봉했다. 심정이 어떤가?

김향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름 얻은 게 많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알게 됐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들이 여러 가지로 관객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돼 스스로 만족스럽다. 특히 스무 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고, 2019년 새해에 보여드리는 영화가 증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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