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연기에 담을 멜로디
박혜수, 연기에 담을 멜로디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2.0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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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혜수/ 사진= 이승현 기자
배우 박혜수/ 사진= 이승현 기자

노래가 좋았던 소녀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도전장을 냈다. 아쉽게도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배우 박혜수의 이야기다. 박혜수는 영화 ‘스윙키즈’에서 전쟁 통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소녀가장이자 탭댄스단 통역사인 양판래를 연기했다. 그는 “판래를 연기한 후 내가 더 꿋꿋하고 당당해졌다”며 “연기와 노래, 둘 다 하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그의 용기와 도전은 경계를 두지 않을 것 같다.

10. 극 중 판래는 통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댄스단에 합류해요. 오합지졸이지만 춤이라는 공통점으로 점점 하나가 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봤나요?

뭔가 결핍돼 있고 허점이 있는 인물들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게 ‘스윙키즈’의 매력 포인트예요. 감독님은 이 영화의 악역이 전쟁과 이념이라고 하셨어요.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비극적 상황의 대비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니 더 와 닿더라고요.

10. 수용소 막사와 연회장, 판자촌 등 영화가 6․25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했어요. 판래의 파란색 원피스와 핑크색 리본 등 복고풍 의상도 한몫했고요.

배우들이 의상팀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배려해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상상하는 판래의 모습에 대해 조금씩 말씀드렸죠.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습니다. 가령 극 중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이 판래의 집에 찾아갔을 때 마침 판래가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오잖아요. 그 때 의상과 메이크업은 전쟁으로 인해 소녀가장이 된 판래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탭댄스단이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는 판래가 특별한 날을 맞아 특별히 신경 써서 꾸민 느낌을 주려고 했고요.

10. 당시 시대상을 잘 모르는 세대인데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해 나갔나요?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영화니까 인물 하나만 놓고 볼 수는 없었어요.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수동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으니까요. 판래가 1931년생인데 저희 외할머니가 1932년생이세요. 외할머니 기억의 조각을 판래의 것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피란하며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밥을 나눠 먹었다고 하셨어요. 힘든 상황에도 서로 도왔다는 말씀에서 서로 힘을 합쳐나가는 ‘스윙키즈’ 멤버들이 연상됐죠.

10. 평소 춤추는 걸 좋아하나요? 탭댄스 실력이 상당하던데요.

마음만은 비욘세에요. 아이돌 무대 영상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춤추기와는 거리가 멀죠. 호호. 촬영에 들어가기 전 5개월 간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습실에서 거의 매일 연습했어요. 경수 선배와 민호 선배는 원래 춤을 잘 춰서 그런지 무리 없이 수업을 따라가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열등생이었어요. 남아서 연습하고, 더 연습하려고 아침 일찍 나가기도 했는데 이미 선배들이 나와 계셔서 놀라기도 했죠. 시작부터 목표는 대역 없이 탭댄스를 소화하는 거였어요. 어려운 동작들을 무한 반복하고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연습하기도 했어요. 연습 4개월 차에 접어들 때쯤 안무 선생님과 프리스타일로 주고받을 수도 있게 됐어요. 극 중 기수(도경수 분)와 잭슨이 탭댄스를 주고받는 것처럼요.

10. 오디션을 볼 때도 탭댄스를 보여줬나요?

현란한 춤을 준비해가면 못 추는 게 티가 날 거 같았어요. 어차피 못 추는 거 탭댄스를 준비해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이틀 정도 탭댄스 학원에서 속성 교습을 받았어요. 옷도 판래가 입을 것 같은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 갔어요. 조그마한 애가 어설프게 춤추는 걸 감독님이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10. 베니 굿맨의 ‘싱싱싱’이나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러브’, 정수라의 ‘환희’ 등 영화 삽입곡들은 알고 있던 곡이었나요?

‘모던러브’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음악만 듣고, 대본으로만 읽어볼 때는 음악이 삽입되는 장면이 와닿지 않았어요. 달려가면서 탭댄스를 춘다는 것도요. 그래서 올림픽공원이나 한강 공원처럼 뛸 수 있는 곳으로 나가서 연습했어요. 범위가 큰 동작을 하기에 연습실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뛰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보니 그 말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음악이 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10. 판래는 4개 국어에 능통하잖아요. 언어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재밌었어요. 4개국 언어를 넘나든다는 설정이 판래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극 중 잭슨과 대화할 때 영어 사이사이에 한국어를 추임새처럼 넣는 게 맛깔났어요.

10. 판래와 기수의 키스신이 두 번 나오잖아요. 촬영은 어땠나요?

첫 번째 키스신은 사건으로 인해 엉겁결에 입술이 닿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앞뒤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재밌게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두 번째 키스신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기수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판래에게 마음을 표현한 점에서요. ‘인민 영웅’의 동생이면서 수용소 말썽쟁이지만 그 장면에서는 기수도 단지 어리고 순수한 청년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10. 함께 연기한 도경수와 오정세는 어떤 배우였나요?

정세 선배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요. 그걸 연기에 녹여내 관객들을 웃게 하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어요. 경수 선배는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촬영하면서 다른 스케줄이 많아 바빴어요. 그런데 현장에 오면 바로 기수가 되더라고요. 집중력과 순발력이 좋아요. 사소한 소품이나 지나가는 보조출연자까지 장면에 활용할 줄 아는 분이에요.

10. ‘K팝스타’로 가수 오디션을 봤으니, 도경수와도 통하는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경수 선배와 음악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죠. 선배가 노래를 잘하니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춤은 잭슨에게, 노래는 경수 선배에게 배웠죠.

10. 가수 오디션을 봤는데 어떻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나요?

‘K팝스타’에서 탈락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전과 다름없이 지냈어요. 그러다가 지금 소속사에서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연기에 대해 잘 몰랐지만 가수가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듯 배우도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용감하게 도전하게 됐어요. 연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정말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부르는 노래도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요.

10.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특정해 두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일은 마냥 설레고 즐겁습니다.

10.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끝내고 나면 스스로 많이 바뀌어졌다는 게 느껴져요. 몇 개월 동안 극 중 인물처럼 생각하다 보면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제 안에 그가 남게 돼요. 판래를 연기한 후에는 제가 더 꿋꿋하고 당당해졌어요. 그런 긍정적 영향에 매력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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