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향, 심연의 깊이가 느껴지는 배우
조수향, 심연의 깊이가 느껴지는 배우
  • 박미영
  • 승인 2018.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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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수향 / 사진= 조준원 기자

영화 ‘들꽃’(감독 박석영)의 조수향은 데뷔작임에도 연기의 잔향을 톡톡 남겼다.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캐릭터에 차근차근 스며드는 그녀가 이번에는 영화 ‘소녀의 세계’(감독 안정민)의 수연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수연은 감정을 꾹꾹 누르는,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다. 조수향은 늘 그랬듯 심연의 깊이가 아릿하게 느껴질 만큼 세밀하게 그려냈다.

10. 이번 영화에서는 연극부 연출자 겸 반에서는 반장인 완벽한 모범생이다. 소녀였던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았는지?

사실 정확하게 내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저렇게 보였겠구나’ 싶었다. 저렇게 악착같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수연이란 캐릭터는 계속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연필심이 툭 부러질 것처럼. 그러면서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상으로는 고등학교 때 재미있었다. 천방지축으로 공연도 하고, 놀기도 하고.

10.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라 느낌이 각별했겠다.

연극부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과 매일 모여서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까 정말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10. 사실 여중이나 여고에서는 선배에 대한 첫사랑 혹은 풋사랑의 감정이 있기도 하다. 안양예고는 남녀공학이라서 보기 어려웠을 것 같은 광경인데.

공학에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워낙에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끼리의 리그가….(웃음)

10. 그 리그의 멤버였을 것 같다.

아니다. 수연처럼 연극하는 것을 되게 좋아했고, 미친 듯이 잘하고 싶고 뭐 그랬다.

10. 첫사랑도 궁금하다.

좀 늦다. 대학 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바로 말을 한다.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바로 만남을 가진다. 밀당을 잘 못한다. 아슬아슬한 것도 잘 못 견디고.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 못한다.

10. 그럼 짝사랑도 안 해본 건가? 짝사랑의 기본은 기다림이니까.

거의 안 해봤다.

10. 극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대본을 고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라서 마치 수연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덧붙여지고, 지우고도 싶은….

이렇게 정리를 해서 말씀을 해주니까 너무 좋다. (웃음)

10. 개인적으로는 연극부 신들이 좋았다. 인물 간의 팽팽한 감정 선을 담아내기에도 좋은 장치여서 좀 더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로 연극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은 배우임에도 나를 믿어줬다. 내가 “죄송하지만 매일 만나서 연습하면 안 될까요?” 했을 때 모두 다 흔쾌히 하겠다고 해줬다. 극 중 선주 역할로 나온 조수하 언니는 끼가 엄청 많다. 수하 언니가 펜싱하고 춤 안무를 다 짜줬다. 그래서 펜싱 연습부터 안무 연습까지 꼬박꼬박 다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줄 맞추고 이런 것들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10. 감독이 아니라 자신이 연출했나?

나는 전체적인 느낌을 수하 언니한테 이야기하고, 언니가 안무를 다 짰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해서 최종 완성된 것을 감독님을 보여드렸더니 마음에 들어 하셨다.

10. 어쨌든 극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은 당신 아닌가?

맞다. (웃음) 사실 다 같이 만든 거다.

10. 학교 연극의 풋풋하고 유쾌한 활력이 느껴졌다. 결론은 연출을 잘 했다는 거다.

감사하다.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느낌이라기보다 살짝 어설픈 느낌이 나야 될 것도 같고, 그렇다고 엉성해도 안 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10.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연극이 있는지?

너무 하고 싶다. 그때 친했던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 친한 친구도 있다. 그래서 만나면, 우리는 언제 또 무대에 같이 서보냐고 말한다. 함세덕 작가의 ‘동승’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그 작품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10. 고전 영화를 즐겨 본다고 들었다.

요즘도 즐겨 본다. 엊그제 ‘존 말코비치 되기’를 봤는데, 옛날에는 고전이란 느낌을 못 받았는데 고전으로 느껴졌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10. 최근 영화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자면?

‘팬텀 스레드’와 ‘다키스트 아워’. 최근에 영화를 많이 봤는데 두 작품이 확연하게 인상에 남는다.

10. 영화와는 별개로 자신이 겪었던 ‘소녀의 세계’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치열했던 것 같다.

10.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소녀의 세계’에서, 약간 들뜨기도 하는 흐름을 당신의 연기가 잡아주는 순간들이 있다.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너무 감사하다. 사실 배우를 선택한 걸 후회했던 시간들이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걸 떠나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 진심으로 고려했다. 요즈음 들어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중간에 작품을 덜 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을 챙겨보려고 노력을 했다. 시장에 가서, 혹은 여행을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그냥 일상적 대화인데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다시 용기가 생겼다.

10. 차기작은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이다. 제목처럼 배심원 역할인지?

8명의 배심원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 재판 때의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찍을 때도 재미있었고, 역할도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연기를 해서 갈증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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