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배우 이재균
천생 배우 이재균
  • 정태건 기자
  • 승인 2018.01.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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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재균
배우 이재균/사진=조준원 기자

이재균은 2011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이름 없는 앙상블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7년이 지난 지금 이재균은 연극 ‘블라인드’에서 앞 못 보는 청년 루벤을 맡아 극을 이끄는 위치에 섰다. 무대를 넘어 안방극장,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할 천생 배우 이재균.

My Name is 이재균. 본명이다. 있을 재(在), 고를 균(均)을 쓴다. 이름의 뜻? 골고루 있다. 어느 하나에 특출하다기보다 골고루 조금씩 재능을 가진…. 비빔밥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 같다. 아니면 김밥, 햄버거, 피자라거나…(웃음)

2017년, 안방극장에서 ‘열일’했다. MBC ‘20세기 소년소녀’의 매니저 홍희,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경찰 최담동의 젊은 시절, tvN ‘아르곤’의 기자 왕중구와 ‘명불허전’의 인턴 한의사 진영훈을 맡아 아무 생각 없이 연기만 했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되돌아 보면 ‘이것보다 더 열심히 살 수는 없겠다’ 싶다.(웃음) 연기를 한다는 건 내가 어떤 직업이나 사람을 대변하는 작업이다.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저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구나’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내 속에서부터 진정으로 묻어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다.

2018년, 연극 ‘블라인드’의 루벤을 통해 무대로 돌아왔다. 섭외 요청을 받고 동명의 네덜란드 원작 영화를 봤다. 너무 좋았다. 오세혁 연출가, 각색가와 함께 연극용 대본을 새로 만들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영화의 섬세한 감정들이 무대 위로 옮겨지니 더 아름다웠다. 앞을 못 보는 연기? 어렵다. 어려우니까 노력해야 한다. 당분간 ‘블라인드’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2011년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로 데뷔했다. 배우가 원래 꿈은 아니었다. 꿈은 항상 바뀌었다. 연기를 시작한 건 대학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 노래를 좀 부르기는 했는데 실용음악을 전공하기에는 부족했다. 내 성적에 갈 수 있는 대학을 찾다가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연기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다.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웠다. 그리고 그만큼 좋았다. 대학에 안 가면 아버지한테 혼날까봐 시작한 연기가 지금은 너무 재밌다. 이제는 배우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에서 불량학생 무리의 대장 영재를 맡았다. 촬영이 시작되기 한 달 전에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이 그때까지 마음에 드는 배우를 못 찾았다고 했다. 첫 번째 오디션 때 감독님 마음에 들어서 두 번째 오디션을 보러 갔다. 1시간 반? 거의 2시간 가까이 연기만 했다. 시나리오 그대로를 그 자리에서 연기한 거다. 끝나고 나오니까 목에 담이 걸렸다.(웃음) 영재가 폭력적인 인물이라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특히 영재는 타이틀 롤인 박화영(김가희)에게 공포를 주는 인물이다. 때문에 가희에게 ‘네가 실제로 가장 무서워하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서 최대한 그가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배우 진선규가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울었다. 공연계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감동적인 일이었다. 선규 형과는 2014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또 정말 친한 뮤지컬 배우 전성우가 SBS ‘의문의 일승’에 출연했다. 형이 나온 부분을 봤는데 깜찍했다.(웃음) 각자 촬영이 끝나고 만나서 자주 술을 마셨다. 둘 다 공연만 하다가 드라마로 넘어갔다는 공감대가 있다. ‘시간에 쫓기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함께 고민했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정말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을 떠올리며 ‘그래, 배우라면 저래야지. 우리도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나에게는 공연이 휴가다. 막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연극 연습을 하러 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블라인드’에 같은 역으로 출연하는 (박)은석이 형도 드라마와 공연을 번갈아 하고 있는데 둘이 함께 연습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살 것 같다고.(웃음) TV에 출연하면서도 공연을 병행하는 이유다. 공연은 나에게 힘을 주는 존재다. 그게 내 시작이었으니까.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 좋고 행복하다.

공연과 드라마, 영화라는 장르를 떠나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은 같다.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는다고 해서 여유롭지 않다. 무대는 매번 ‘라이브’니까 긴장하고 드라마와 영화는 아직 작업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한다.(웃음) 각 분야에서 모두,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

롤 모델은 박해일이다. 지난해 초 연극 ‘청춘예찬’에 출연할 때 박해일 선배를 만났다. ‘청춘예찬’이 박해일 선배의 데뷔작이라 공연을 보러 왔다. 끝나고 뒤풀이 자리를 마련해 술도 사줬다. 선배와 내가 같은 역할을 연기했는데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대신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물어봤다. 연기하면서 힘든 건 없는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다. 자상한 선배다.

글. 손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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