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의 연대기는 이어진다
하정우의 연대기는 이어진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2.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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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백두산’의 흥행으로 새해를 산뜻하게 시작한 배우 하정우는 벌써부터 올해 일정이 빽빽하다. 기획에도 참여한 올해 첫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 김성훈 감독의 ‘피랍’,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 등도 촬영 계획이 잡혀있다. 배우이자 기획자로 올해도 뜨겁게 달릴 하정우다.

10.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영화 찍으면서 생각해봤다.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지 않나. 최대한 남쪽으로 가셔라.(웃음)

10. ‘신과함께’ 시리즈를 찍은 경험도 있어 ‘백두산’ CG(컴퓨터그래픽) 촬영도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은데.

좀 더 익숙한 거다. 요즘은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하는 일이 많다. 점점 촬영 환경도 변해가는 것이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 같다. 배우들, 스태프들도 적응해나가야 하는 환경이다.

10. 영화에 CG는 잘 나온 것 같나?

내 영화라 칭찬하긴 쑥스럽지만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다. 이제는 우리 기술력도 많이 올라왔다 싶어 뿌듯했다.

10. 조인창(하정우 분)이라는 인물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변화하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냈나?

네 가지로 포인트를 뒀다. 첫 번째 변화 지점은 미사일에서 핵을 빼낸 후 리준평(이병헌 분)에게 총을 겨누면서 ‘이제 네 갈 길 가라’고 하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교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트럭을 이용해 적을 교란시키는 장면이다. 이 때 인창은 전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 그 다음은 백두산으로 가는 길에 보천을 향한 갈림길에서 준평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다. 마지막은 미군, 중국 브로커들 사이에서 준평을 데려오기 위해 소리치는 지점이다.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10. 이병헌과 같은 작품에 출연한 건 처음이었다. 둘의 호흡은 어땠나?

사석에서 얘기를 많이 나눴던 사이라 어떤 형인지, 어떤 연기 방식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함께한 첫 작품이지만 형과의 작업이 새롭다고 느끼진 않았다. 마치 전에 한 번 해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10. 화산 폭발이라는 재난을 막기 위해 조인창과 리준평이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버디영화적 느낌이 났다.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관객들도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에 어떻게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새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 잠재력을 느꼈고, 캐릭터에서 새로움을 찾는 식으로 디자인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병헌 형과 코미디를 많이 살려봤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단선적이고 진지했다. 준평과 인창에게서 그런 면들을 많이 뺐다.

10. 두 캐릭터의 케미가 잘 드러나는 장면을 꼽는다면?

장갑차 신이 아닐까 싶다. (리준평이 장갑차를 세우고 밖에서 용변을 보는 동안 조인창은 수갑에 묶인 채 차 안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형이 먼저 찍고 나는 그 촬영분을 보고 다른 날 따로 찍었다. 촬영분을 보니 형이 시나리오에 MSG를 많이 쳤더라. 그래서 ‘그럼 나도 쳐야겠다’ 싶었다.(웃음) 장갑차 속의 그 다음 장면들은 순서대로 찍었는데 재밌었다. 감독님도 만족했고 병헌 형과도 결과물을 보고 현장에서 많이 웃었다.

10. 두 사람 다 유머러스하다. 두 사람의 유머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각자 자기만의 유머코드가 있다. 병헌 형의 유머가 좀 더 대중적인 것 같고 내 유머는 좀 더 마니아적인 것 같다. 더 좋고 나쁘고의 점수를 매기긴 어렵다. 나는 좀 더 마이너적인, 인디스러운, 독립개그 스타일이다.(웃음)

10. 이병헌의 별명을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결정했나?

‘연기머신’도 괜찮지 않나. 약간 이과의 느낌이 난다.(웃음) 디스하는 게 아니다. 테이크마다 같은 에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내가 형에게 20대 같다고 했다. 열정까지 계산된 거 아니냐는 농담을 했을 정도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뭐 하나도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다.

10.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수지는 어땠나?

털털하고 인간적이다. 대범하고 통도 크다. 내가 ‘배 회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도 회장님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다. 꾸밈없고 담백하게 연기하는데 그게 힘이 있다.

10. 극 중에서 아내를 부르는 애칭이 ‘큐티쁘띠’다.

쉽지 않았다.(웃음) 오글거려서 괜찮겠나 싶었다. 내가 낯가림이 심하고 보기와 달리 어색한 걸 싫어한다.(웃음) 그런데 시나리오에 자꾸 그런 걸 넣어놓고 요구하더라. 더 심한 것도 있었는데 그나마 절충해서 ‘큐티쁘띠’로 끝난 거다.

10. 이번 영화는 이해준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을 했다. 공동 연출 작업에서 오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촬영 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누구에게 먼저 연락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이해준 감독은 카톡을 쓰는데 김병서 감독은 카톡을 쓰지 않아서 단톡방을 못 만들었다.(웃음) 다른 작품에 비해 테이크를 1.5배 더 많이 갔다. 그래도 각자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행됐다. 브레인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었다. 감독도 사람이라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머리가 안 돌아갈 텐데 두 명이 있다는 건 서로를 보완할 수 있어 좋았다. 무기가 하나 더 있었던 셈이다.

10. 직접 기획하고 출연도 한 영화 ‘클로젯’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40~50억원가량의 중·저예산 영화의 기획·제작·시나리오 작업에도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다. 배우로서도 이 같은 중·저예산 영화를 기다리나?

중·저예산 영화도 하고 싶은데 요즘은 그런 영화를 만나는 게 어렵다. 감독의 경우에도 예전엔 단계를 밟으며 경험을 쌓아왔다면 요즘엔 독립영화계에서 조금만 잘 한다 싶으면 바로 데려다가 상업영화의 시스템에 넣어버린다. 감독이 자기 색깔을 펼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다. 배우로서 내게 ‘왜 그런 작품은 안 찍냐’고 물으면 ‘나도 찍고 싶다’고 하는데 그런 시나리오를 만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

10. 데뷔 18년 차, 올해 43살이다. 꽤 높은 연차가 됐는데 느낌이 어떤가?

점점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말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 싶다. 후배들, 스태프들이 있는 현장에서 내가 점점 높은 나이대가 돼 가니 말이다. 배우로서 태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중요해졌다. 그래도 병헌 형이나 50대 형들, 선배님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그런 형들, 선배님들이 주연배우로 중심을 잡아주니 뒤따라가는 후배로서는 든든하고 다행이다.

10. 올해 일정은 어떻게 되나?

호주에서 강제규 감독의 신작 ‘보스턴 1947’ 촬영을 마무리한 후 모로코에서 김성훈 감독의 ‘피랍’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 등을 촬영한다. 올해는 거의 해외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낯선 곳이라 감이 안 오는데 모로코에서는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고 해서 좀 걱정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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