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위로와 공감이 되는 음악을 위하여
크러쉬, 위로와 공감이 되는 음악을 위하여
  • 김수경 기자
  • 승인 2020.01.0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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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새 앨범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크러쉬 / 사진= 피네이션 제공

싱어송라이터 크러쉬가 12월 5일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를 발매했다. 약 5년 6개월 만이다. 크러쉬가 정규 2집을 구상한 건 3년 전 여름, 해가 뜨기 전과 후의 경계로 나눠진 한강을 보고나서였다. 해가 뜬 동쪽과 뜨기 전 서쪽의 중간에 서서 자신의 인생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생각했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랙들이 배열된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힌트도 얻었다. 앨범을 만들며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싶었다는 크러쉬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프롬 미드나잇 투 라이즈’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크러쉬: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는 하루라는 주제를 잡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의 분위기를 열두 곡에 나눠 수록한 앨범이다. 주제를 확실히 잡으니까 앨범 속의 이야기들도 더 확실해졌다.

10. 정규 2집을 내기까지 무려 5년 6개월이 걸렸다.

크러쉬: 정규 2집을 내기까지 걸린 5년여 동안 꾸준히 싱글과 EP 등을 발매하며 음악 활동은 이어왔다. 정규 2집은 여러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가야 할 길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집중해서 완성한 결과물이다.

10. 스스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선 답을 얻었나?

크러쉬: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완전히 찾았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아직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웃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10. 3년 동안 새로운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연구를 했나?

크러쉬: 3년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1980~90년대 소울, 재즈 뮤지션들의 LP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LP에 적힌 녹음 방식, 쓰인 악기 등을 연구하고 정규 2집 편곡을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재즈 뮤지션이나 팝 프로듀서들이 많이 썼던 ‘쥬피터 식스’라는 신디사이저, ‘펜더 로즈’라는 전자 피아노, 이펙터(전자 악기) 등을 장만했다. 빈티지 신디사이저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트로 음악에 더 잘 묻어나기도 한다.

10. 요즘은 1980~90년대에 살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의 음악을 마치 그 시대에 산 사람처럼 잘 해내는 뮤지션들이 많아졌다.

크러쉬: 지금은 유행이 무의미해진 시대다. 자신이 원하는 시대를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옛날 음악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10. 10번 트랙 ‘클로스(Cloth)’가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노래라고?

크러쉬: 과거에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 적었던 일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고 소모품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굉장히 많이 극복한 것 같다.

10. 그런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크러쉬: 평소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다. 덕분에 많이 이겨낸 것 같다. 반려견 ‘두유’의 힘도 컸다. 이 친구가 예민하고 공격성이 있다. 내 아픔들을 이 친구가 다 가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다. 두유가 나중에 세상을 떠나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늘 그 친구를 기록하면서 함께 늙어간다.

싱어송라이터 크러쉬/ 사진= 피네이션 제공
싱어송라이터 크러쉬/ 사진= 피네이션 제공

10. 타이틀곡은 어떤 곡인가?

크러쉬: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얼론’은 음악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슬플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안식처는 역시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음악이 내게 그러하듯,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해주고 싶다.

10. 이번 앨범 자체도 가수 인생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 같다.

크러쉬: 이 음반으로 가수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번엔 힘을 뺐다.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3년 전 ‘원더러스트’(Wonderlust) 음반을 작업할 당시부터 ‘내면의 이야기’를 담는 데 집중했다. 이후 낸 싱글들에서 음악 실험을 반복하다가 2집을 통해 번지수를 찾았다. 그렇지만 음악 정체성은 계속 바뀌어 나간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음악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음반을 통해 더 성장해나갈 힌트를 얻었다는 뜻이다.

10. 현재 소속사 피네이션의 대표인 싸이는 어떤 조언을 해줬나?

크러쉬: 싸이 대표님은 기술적인 부분을 짚어주기보다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오히려 나보다 큰 그림을 봐주셨다. 특히 사운드의 부분 이해도가 높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앨범에 도움을 준 사람 중에는 홍소진 씨도 있다. 건반 세션으로 유명한 분이다. 정말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고 받았다. 이번 앨범이 완성되는 데 일등공신이라고 봐야 한다.

10. 궁극적인 목표는?

크러쉬: 오래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음악적으로 방황하고 있으며 삶은 여행 중이다.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목표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단지 스물한 살 때 자이언티 형, 그레이·로꼬 형을 만나고 같이 음악하는 게 재밌었다. 쌈디, 다이나믹듀오 형들도 만나게 되면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너무 달려오기만 한 것 같아 2017년엔 쉬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다. 예전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살았는데 이젠 내일도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

10.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크러쉬: 기회가 된다면 브라운아이즈의 나얼 형님과 꼭 작업해보고 싶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나얼 형님 작업실을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좋은 음악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좋은 음악도 엄청 많이 들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1990년대 음악과 오마주라고 말하자 나얼 형님께서 1990년대에 활동했던 선배 가수들의 음악을 하나하나 들려주셨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얼 형님과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10. 요즘 가요계가 음원 차트 사재기 의혹으로 시끄럽다. 이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크러쉬: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해서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계속해서 만든다면 뮤지션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내 생각에는 스스로 어떤 노림수가 확실하고 그걸 고집하면 뮤지션으로서 성장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도전하고 싶은 음악을 내 색깔에 맞게 최적화시키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뮤지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최대 목표는 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 음악가, 감을 잃지 않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자아성찰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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