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겨울에 피는 꽃처럼
고준희, 겨울에 피는 꽃처럼
  • 노규민 기자
  • 승인 2020.01.0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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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버닝썬 사태’ 때 승리, 정준형 등의 카톡방에서 언급된 여성 연예인 A씨가 고준희라는 루머가 번졌다. 악성 댓글도 이어졌다. 6개월의 공백기, 인고의 시간을 보낸 고준희가 얼어붙은 겨울에도 아름답게 피어난 동백꽃처럼 다시 돌아왔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 다시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10. 처음 루머를 접했을 때 심경이 어땠나?

고준희: 뉴욕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됐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가 번졌다. 그리고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졌다.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 제작진에게 하차 통보를 받았고, 광고 등 해외 일정도 중단됐다.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눈 뜨니까 상처가 나 있고 가지고 있는 짐들은 도둑 맞았다.

10. 당시 SNS에 “내가 아니다”라고 직접 말했고, 이후 장문의 글로 해명까지 했는데.

고준희: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걱정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더라. 그제야 ‘이게 별일이 아닌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안 됐다. ‘아니다. 아무 일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내 팬들이지 않나. 루머로 인해 팬들, 주변 사람들, 가족들까지 힘들어했다.

10.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기 시작했나?

고준희: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하나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드라마 하차 통보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응하기로 했다.

10.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힘들게 돼 마음이 아팠겠다.

고준희: 내가 떳떳한데 왜 엄마, 아빠가 죄인처럼 눈치 보고 다녀야 하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서 나를 응원하고 믿어준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을 안겨드렸다. 특히 엄마는 스트레스로 이명(귀울림)을 앓았다. (루머에 휩싸인) 동네 병원에 다녔는데 낫지 않아서 혹시 수술까지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배우라는 이유로 갑자기 이게 무슨 불효인가.

10. 자신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고준희: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진 않았다.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잠깐 쉬어가라고 이런 일이 생기나보다 생각하고 있다.

10. 매사에 긍정적인 편인가?

고준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편이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배우로 살면서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한 것 같다. 원래는 생각이 많았다. 자기 전에도 늘 잡생각에 휩싸였다. 그런데 배우로 살다 보니 낙천적이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일 할 때도 ‘후회 없이 하자’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다. 후회할 일은 안 하려고 한다.

10. 혹시라도 너무 힘들어서 배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고준희: 일 자체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연기를 잘하니까 한다기보다 나는 촬영현장이 좋고, 사진 찍는 일이 재미있다. 연예인이 아닌 분들도 자신이 맡은 일을 뛰어나게 잘해서 한다기보다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게 맞는 것 같다. 잠깐 그런 생각은 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해서 엄마가 아픈 건가? 안 했으면 안 아팠을 텐데…. 나는 루머나 악성 댓글에 어느 정도 굳은살이 박여서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데 부모님은 아니니까. 이번 공백기에 힘이 된 것도 가족, 가장 힘들었던 것도 가족이다.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10.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도 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어머니의 미모에 감탄하는 팬들이 많았다.

고준희: 엄마도 자신이 예쁜 걸 안다.(웃음) 엄마는 키가 160cm인데, 아빠가 크다. 키는 아빠를 닮았다. 엄마만 100% 닮길 원했는데. 하하.

10.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고준희: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나를 갑자기 데려다 놓고 상황극을 만들었다. 이 일이 있기 전의 ‘배우 고준희’로 봐주시면 좋겠다. 뜻하지 않게 원치 않은 공백기가 있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요즘은 배우도 멀티여야 되지 않나. 연기 외에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10.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나?

고준희: 예능 울렁증이 있다. 작품 홍보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웃겨야지’ ‘내가 뭐라도 해야지’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심리적인 압박을 받다가 결국 헛소리만 하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 부분이 편집되지 않은 채 나갔고, TV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걸’ 하고 후회했다. 나도 몰랐던 버릇을 예능을 통해 알게 됐다. 항상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것. 주변 사람들이 지적해서 알았다. 여성 팬들이 ‘언니, 왜 그랬어요?’ ‘왜 예쁜 척했어요?’라고 하더라. 어쨌든 이 모든 걸 극복하고, 두려워 말고 해야 할 텐데…해야겠지? 하겠다.

10. 어떤 예능에 출연하면 잘 할 것 같은가? 평소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고준희: ‘연애의 참견’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한 연애는 연애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참 다양한 사람이 많더라. 보면서 ‘말도 안 돼’라며 공감했다. 패널로 출연해 참견해 보고 싶다. (웃음) 아! 맛집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 나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 그런데 늘 가는 식당만 간다. 괜히 새로운 곳에 도전했다가 맛없으면 음식을 남기게 되지 않나. 맛없는 걸 먹고 배부르긴 싫다.

10. 모델 경력부터 따지면 데뷔한 지 18년이나 됐다.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고준희: 연기할 땐 항상 재미있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늘 어렵고 풀기 힘든 숙제 같다. 신인 때는 왜 나한테는 신데렐라 같은 청순가련형의 역할이 안 들어오나 했는데, 그런 건 키가 160cm 정도 되는 배우가 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단념했다. 팔다리가 길게 태어나서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비중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역할이면 고준희지’라는 반응이 온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10. 고준희 하면 ‘단발’ 아닌가. 자신 말고 ‘내가 봐도 단발이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한 연예인이 있나?

고준희: 사실 단발로 한 획을 그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잘랐던 건 아니다. 2012년 tvN 드라마 ‘일 년에 열두 남자’를 찍을 때 배역 때문에 머리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이후 ‘추격자’ ‘야왕’ ‘우리 결혼했어요’ 등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기를 시간이 없었다. 그사이 팬들 눈에 익으니까 ‘단발’ 하면 고준희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대중이 만들어 준 이미지다. 감사하고 신기하다. ‘패셔니스타가 한 번 돼 봐야겠다. 두고 봐’ 이런 적도 없다. 청재킷이 좋아서, 가죽 재킷이 좋아서 입었고, 키가 커서 운동화를 신었는데 좋아해 주시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10. 질문에 대한 답은 안 나왔다. 그래서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은 누군가?

고준희: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하나. 하하. 팬들이 나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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