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82년생 김지영에 물들다
정유미, 82년생 김지영에 물들다
  • 박창기 기자
  • 승인 2019.12.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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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주연배우 정유미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윰블리’ 정유미가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밀리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든 김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에서다.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라이브’에서 한정오로 열연한 정유미는 취업 준비생부터 사회 초년생, 지구대 순경까지 현실 여성의 삶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 호평 받았다.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평범한 전업 주부의 삶을 현실적으로 녹여내 따뜻한 공감을 선사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생겼다는 정유미를 만났다.

10. 영화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젠더 이슈로 논란이 됐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했나?

정유미: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를 1982년생이라는 특정 나이에 빗댔지만 남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시나리오에 있는 인물 그대로를 연기하면 내가 말하고자 했던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인물의 서사를 다룰 땐 내용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10. 논란이 있었던 만큼 영화를 촬영할 때 신중했을 것 같다. 김도영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정유미: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작품을 통해 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같았기 때문이다. 작품에 관해 생각이 통한다는 점에서 감독님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가지게 됐다. 서로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대신 연기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해줬다. 연기할 때 나도 모르게 눈썹을 왔다갔다 움직이는 버릇이 있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배우 출신이고 연기 선배님이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했던 연기의 부분을 자세히 봐줬다.

10. 작품을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정유미: 아이를 안고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기 띠를 매고 촬영했다. 처음에는 세 돌 된 아이가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엄마들이 아이를 계속 안고 다니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10.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정유미: 일단 육아와 결혼 경험이 없어 캐릭터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의 조언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 소설을 먼저 접한 친구들이 지영이를 잘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김도영 감독에게 의지했다.

10. 촬영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해 서글펐던 적은 없나?

정유미: 한 번도 없다. 현장이 바쁘게 흘러갔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연기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에 몰입하기 바빠서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우울하고 슬픈 장면을 찍고 난 후에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내 자신이 너무 힘들어진다. 그래서 몰입할 때 딱 하고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정유미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10. 촬영 현장에 따라 영화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정유미: 극 중 지영이 키우는 아이의 이름이 지원이었으나 출연했던 아이(배우)의 실제 이름인 아영으로 바꿔야 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촬영 현장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아’라고 부르면 반응도 안 했다. ‘아영아, 아빠 왔다’고 말하니까 그때서야 쳐다봤다.

10. 극 중 아이와 붙어있는 장면이 많던데, 촬영할 때 어렵진 않았나?

정유미: 세 가족이 함께 잠자는 장면을 찍을 땐 아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가 너무 말똥말똥해서 잘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억지로 재울 수도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촬영을 해야 했다. 진짜 엄마가 아이를 재우면 그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서 촬영했는데, 되게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었다. 셋이서 눕기엔 좁은 공간이었는데, 공유 오빠가 다리가 길어서 힘들어 했다.

10. 극 중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정유미: 지영이 겪었던 상태가 비슷하다. 나도 가끔 멍해지거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시사회에 올라가기 전이랄까. 몸이 괜찮다가도 무대에 올라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10. 극 중 엄마 역을 맡았던 김미경과의 호흡은?

정유미: 김미경 선배님이 엄마 역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감사했다. 이번 작품을 처음 촬영할 때 호흡을 맞춘 배우가 김미경 선배님이었다. 작품을 찍을 때 굳이 연기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감정으로 통하는 게 있어 편하게 연기했다. 내가 촬영해야 할 분량을 마치고, 김미경 선배님의 연기를 보게 됐는데 딸을 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

10.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유미: 극 중 어린 지영이가 엄마 미숙(김미경 분)에게 ‘하고 싶었던 직업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보다 영화로 보니까 더욱 짠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 자식들 키우느라 그걸 포기하면서 사는 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키워줘서 고마웠다. 엄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10. 작품을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정유미: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어떤 작품을 하든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여건에서 연기하려고 한다. 간혹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못할 때가 있다.

10.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정유미: 개인적으로 나를 반성하게 한 영화다. 부모님에게는 무뚝뚝한 딸이다 보니까 연락을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내가 연기해도 될까 싶었다. 무심한 딸이지만 멀리서나마 이번 영화를 계기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고 싶다.

10. ‘82년생 김지영’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유미: 가족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갈 텐데, 주변 사람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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